송진영, 이태원참사 희생자 송채림 님의 아버지
2024년 2월 3일
*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을 이뤄주길 정치권에 청원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힘으로 직접 이뤄내야 한다고 주권의식을 강렬하게 표출한 격정적인 발언
https://www.youtube.com/watch?v=sf7S1un_zMM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태원에서 윤석열 정부의 무책임과 무능 때문에 희생된 송채림 아빠 송진영입니다.
파란 머리의 영정 사진 속 아이가 우리 채림이입니다. 우리 채림이는 21살의 꽃 같은 나이에 꽃보다 예쁜 아이였습니다. 그러나 더 이상 우리 채림이는 나이를 먹지 않습니다.
자식 없는 윤석열은 모르겠지만 모든 부모가 그렇듯이 저에게는 세상 무엇보다 소중했던 아이였습니다. 그 소중한 아이 채림이는 10월 29일 아침 잘 다녀오겠다는 말과 함께 신나서 집을 나섰습니다. 그러나 채림이는 다시는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고, 영안실에 차디찬 주검이 되어 만날 수 있었습니다.
“안녕들 하십니까?” 하는 인사말은 모두에게 그저 평범한 말이지만, 저희 유가족에게는 다시는 대답할 수 없는 인사말이 되어 버렸습니다. 저는 아직도 채림이와 맛있는 음식을 먹던 일, 이때쯤이면 같이 봄꽃을 보러 다니던 생각을 떠올립니다. 그런데 현실은 채림이를 다시 볼 수도, 만질 수도, 목소리를 들을 수도 없습니다. 이 현실이 꽃 피는 봄이 오고 나니 더욱 가슴이 아파옵니다.
저희가 참사를 당하고 초기 유가족 협의회를 구성도 하지 못하고 국회의원들을 찾아다니며 호소할 때 정진석 의원은 저희 유가족을 보며 눈물까지 글썽거리며 송구하고 죄송스럽다, 최선을 다하겠다, 사고 원인 규명과 사태 수습,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유가족분들의 의견을 충분히 정부에 전달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정진석 의원은 뒤돌아서는 기자들을 향해 그분들의 의견이 유가족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라고 비아냥거리고 조롱했습니다. 이런 파렴치한 정진석은 이번 총선에서 어떻게 됐습니까? 촛불 시민들의 심판을 받아 낙선했습니다. 그러나 윤석열은 국민의 소리에는 무시한 채 전 정진석을 비서실장으로 임명했습니다.
총선 참패 이후 총리가 사의를 표명했고, 대통령실 모든 참모들이 일괄 사퇴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렇게 싹 바꿀 것처럼 굴다가 정진석을 비서실장으로 곁에 두는 어이없는 행동으로 국민들을 또 한 번 기만했습니다. 그들의 기만에 다시는 속아서는 안 됩니다. 여야 협치라는 그럴듯한 말속임수에 다시 속으면 되겠습니까? 윤석열 정권은 언제든지 기회만 된다면 국민을 기만하고, 디올백을 받고, 대파 875원*을 말할 것입니다. 이들은 자신들이 불리해지면 협치를 말합니다. 협치라는 그럴듯한 말에 속으면 안 됩니다.
* 당시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와중에 윤석열은 마트를 방문하여 실상을 전혀 모르는 듯 현실과 동떨어진 말을 하여 국민을 분노하게 했다. 해당 마트에서는 원래 가격이 4,250원이던 대파 한 단 가격을, 윤석열 방문을 앞두고 특별할인을 하여 875원으로 대폭 낮췄다. 이를 두고 윤석열 방문을 앞둔 전시행정, 윤석열 심기 행정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윤석열은 이 가격을 두고 “나도 시장을 많이 가”봤다며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말했다.
저희 유가족은 450여 가지의 의문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왜 그런 사고가 일어나게 됐는지, 왜 정부는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았는지, 왜 매해 배치하던 경찰을 배치하지 않았는지, 50여 명의 마약 수사반은 뭘 하고 있었는지, 왜 도로는 확보하고 인파 관리는 하지 않았는지, 왜 6시 34분부터 신고가 빗발쳤는데 대처하지 않았는지, 왜 아이들의 유류품을 마약 검사를 했는지, 왜 아이들을 40여 곳이 넘는 장례식장으로 분산했는지, 왜 112 상황실은 1분 만에 도착했다고 기록을 조작했는지, 왜 정보 보고서는 삭제되었는지, 왜! 왜! 왜! 왜! 우리 채림이는 차디찬 주검으로 돌아왔어야 했는지.
수많은 의문점에도 이 정부는 답이 없습니다. 그 답을 듣고자 삼보일배, 오체투지, 159km 걷기, 삭발, 이 모든 것을 했으나 답은 거부권이었습니다.
촛불 시민들에게 부탁합니다. 저희가 이 질문의 답을 찾을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도와주십시오. 노무현 대통령의 묘비에 민주주의 최후 보루는 깨어 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촛불시민의 조직된 힘을 이 무도한 정권에 보여주십시오.
5월에는 대통령 거부권으로 거부된 이태원특검법을 다시 통과시키기 위해서 투쟁에 들어갑니다. 21대 국회에서 재의결이 통과될 수 있도록 촛불행동 시민들도 같이 힘을 보태주십시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