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연설

윤석열 탄핵이 진상규명의 시작

조미은, 이태원참사 희생자 이지한 님의 어머니

2024년 11월 2일

 

* 이태원참사 2주기를 맞은 유가족의 연설

https://youtu.be/SelrAH_TCh4?si=Cs4ZTL11-p9Nkt63

 

 

저는 이태원의 그 차가운 아스팔트에 뉘어져 국가의 당연한 구조를 믿고 기다리다 결국 숨이 끊어져 사랑했다는 마지막 말도 못 한 채 처참한 이별을 당한 지한이 엄마입니다.

 

전화를 받고 응급실로 달려갔을 때 키가 크고 낯익은 얼굴을 한 청년이 두 눈을 감지 못한 채 누워 있었습니다. 설마 설마 믿고 싶지 않았지만 제 아들이었습니다.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한 저는 본능적으로 다가가 제 아들의 입에 인공호흡을 했지만, 제가 불어넣은 숨은 빈 관을 통과하듯 빠르게 펑 소리를 내며 지한이의 가슴 밑으로 빠져나가 버렸습니다. 살리지 못했다는 절망감과 죄책감에 할 수 있는 건 소리 내서 우는 것뿐이었습니다.

 

그 와중에 검시해야 한다며 빨리 나가라고 재촉하는 경찰에게 5분만 더 있으면 안 되냐며 구걸해야 했고, 나갔다 들어와 보니 제 아들의 피 묻은 셔츠가 가위로 처참하게 잘려 병원 귀퉁이에 처박혀 있었습니다. 지금도 그 생각만 하면 심장이 떨립니다. 

 

아들이 떠나기 이틀 전 내가 엄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냐며 우리 엄마 같은 사람은 세상에 없을 거라고 말하면서 제 손을 잡아주던 그 따뜻했던 목소리도 이제 다시는 들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아직도 살아 숨 쉬는 것 같은 아들을 영하 20도의 차디찬 영안실의 냉동고 속에 넣어놔야 했고 살이 녹는 뜨거운 불구덩이 속으로 집어넣어 한 줌의 가루로 정부는 제게 돌려주었습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는 인간이 참사 다음 날 아침 이태원 현장 골목을 쳐다보며 “여기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었단 말이야, 뇌진탕 뭐 이런 것도 있었겠지”라면서 참사를 모르는 척하는 건지, 정말 몰랐던 건지 유가족과 국민을 우롱하며 상처를 헤집는 미친 말에 이미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공권력의 부재로 길에서 황망하게 생을 다한 자식들의 영혼을 달래어 보내는 그 슬픈 49재 날에 윤석열은 크리스마스 점등식을 한다며 이빨을 환하게 드러내며 웃고 있는 짐승만도 못한 모습도 보았습니다.

 

저는 외쳤습니다. 49재 날까지 사과하라고요. 대통령으로서 국민의 생명을 지켜주지 못한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라는 뜻이었습니다. 그러나 제 외침은 그의 사악한 미소로 답을 받았습니다.

 

이제 사과 따위는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이 진심으로 용서를 구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 지났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그 자리에서 내려오는 것이 사과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김진표 의장의 회고록에서 윤석열이 말하기를 이태원참사는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습니다. 제가 묻겠습니다. 그 특정 세력이란 대대적으로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당신 윤석열 정부 아닙니까? 참사의 본질을 흐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한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윤석열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국민의 안전은 국가의 무한 책임이라며 국민께서 안심할 때까지 끝까지 챙기겠다고 말했더군요. 그런데 왜 참사 책임자들에게 무죄가 선고된 것입니까? 용산구청 관계자들 다 무죄, 김광호, 류미진, 정대경 모두 무죄가 나왔습니다. 

 

배성중 판사와 권성수 판사에게도 묻고 싶습니다. 헌법에 판사는 양심에 따라 판결해야 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무죄를 판결한 당신들은 양심이 있는 판사가 맞습니까? 저는 159명이나 사망한 이 대형 참사의 책임자들에게 무죄를 판결한 두 판사는 양심도 없고 윤석열의 외압도 분명히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법부는 죽었습니다. 그러니 윤석열 정권하에서는 이태원참사 책임자들에게 제대로 된 판결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윤석열이 그 자리에서 내려와 제대로 된 수사를 받는 게 상처받은 유가족들에겐 위로이며 고통받는 국민에겐 치료라고 생각합니다.

 

이태원참사는 국가의 부작위로 300여 명의 부상자와 젊은 청년이 159명이나 사망한 대형 참사입니다. 공감할 줄도 모르고 국민의 생명을 파리 목숨처럼 가벼이 여기는 대통령은 반드시 탄핵되어야 합니다. 

 

제 인내심의 한계는 10월 29일 2주기로 끝났습니다. 한 명도 죽게 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모두를 살릴 수 있는 시간이 차고도 넘쳤습니다. 참사 4시간 전부터 그 골목에서 압사의 위험을 알렸지만 무시당했고, 공권력은 응답하지 않았습니다.

 

이태원참사 원흉의 꼭대기에는 윤석열과 한동훈이 있습니다. 이태원참사가 일어나기 2주 전 윤석열과 한동훈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고 강도 높은 마약 소탕 작업을 벌일 계획을 세웠습니다. 이에 따라 참사 당일 이태원에서는 안전 관리보다는 마약 수사에 혈안이 되어 있었습니다. 이태원참사는 마약 청정국에 혈안이 되어 있던 윤석열 정부의 계획되어지고 국가의 행정 부작위로 야기된 예견된 학살이라고 생각합니다.

 

예견은 신의 영역이라는 자격 없는 소리도 그만하십시오. 저는 아직 지한이의 사망신고를 못 했습니다. 아들이 썼던 칫솔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먹으려 했던 닭가슴살이 지금도 냉동실에 있습니다. 이렇게 모든 게 제 자리에 그대로 있는데, 부모와 마지막 인사도 못하고 떠난 지한이를 포함한 159명의 억울한 죽음에 우리 부모들도 이제 행동해야 될 때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대통령 하나 탄핵하고 바꾼다고 세상이 변하지 않음을 역사를 통해 잘 알고 있지 않냐고 저를 설득합니다. 세상이 변하지 않았다고 해서 헌법 위에 군림하며 국민의 생명을 존중하지 않는 대통령을 알고도 놔둔다면 과연 우리는 미래 세대에 떳떳할 수 있겠습니까?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지 않았다면 참사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윤석열이 맨 꼭대기에 버티고 있는 한 오세훈을 포함한 고위직 책임자들의 처벌과 진상규명은 더더욱 불가능할 것입니다. 윤석열이 먼저 탄핵되어야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강력한 책임자 처벌과 진정한 추모가 될 것이며, 또 다른 참사를 막는 선례도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서울에서 제주까지, 제주에서 해외까지 탄핵의 횃불로 뒤덮어 윤석열이 끌려 내려오는 그날까지 촛불 국민과 함께 윤석열의 탄핵을 외칠 것입니다. 윤석열을 탄핵, 촛불이 타오르라!

 

촛불국민들과 함께 부르고 싶은 노래가 있었습니다.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