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문과 시

농부

이봉안

2025년 3월 18일 낭독

 

https://youtu.be/9lB7Jar_pH0?si=xpSlLQeXbIwudatu&t=29

 

 

어릴 적

밭 갈고 씨 뿌리면

절로 싹이 트고 자라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비가 오지 않아도

비가 너무 많이 와도

세찬 바람이 불어도

벌레와 잡초가 무성해도

농부는 쉼 없이 논밭으로 향합니다

 

그렇게

힘들게 지켜내야

고이 싹 틔운 곡식이 자란다는 걸

다 자란 어른이 되어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며칠 전

폭풍우가 세차게 몰아쳤습니다

고이 자란 곡식이 쓰러지지 않을까

걱정스레 들판으로 나섰습니다

여럿 힘 모아 가까스로 지켜냈습니다

 

폭풍우 휩쓸고 간 들판엔

웃자란 피들이 어지럽게 출렁입니다

시나브로 농부가 되어

오늘도 나는

피 뽑으러 들판에 나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