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송희
2023년 5월 18일
* 5.18유공자로서 촛불에 나오고 있는 시민이 2023년 5.18 기념집회에서 한 발언
모래시계라는 드라마*에서 5월 광주에 대해 언급했을 때 못 마시는 소주를 마시며 눈물을 삼켰다. 어느 누구도 진실을 말하려 하지 못했고 말할 수 없던 그때의 광주를 작은 부분이지만 처음 소개한 드라마였다. 드라마의 한 귀퉁이의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감사하고 감격했다. 작게나마 진실을 말해주어서 너무 고마웠다.
*1995년 방영
물론 만족한 것은 아니었다. 지극히 일부분이었기 때문에. 그 뒤로 화려한 휴가, 꽃잎, 택시운전사 등으로 영화가 소개되었다. 물론 그 영화들도 보았다. 그때의 그 참혹함이 어찌 두어 시간의 영화로 다 표현이 되었을까만은 그래도 그날의 그 참혹한 학살의 현장을 조금이라도 보여줄 수 있었던 그 영화, 그 드라마들에게 감사한다.
명색이 글이라고 긁적거렸던 내가 굳이 그날의 광주에 대해서 쓰지 않음은, 생각하기 싫었고 그 두려움과 분노를 다시 상기하기가 무서웠다. 아니, 생각나는 것을 애써 지우려 했다는 것이 정직한 대답일 것이다. 어쩌면 그때 나와 생을 달리한 그분들에게 지금 내가 살아있음이, 그때 같이 죽지 못함이 너무 죄송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광주시민 여러분, 당신의 아들과 딸과 형제들이 정부군의 총탄에 죽어가고 있습니다. 모두 나오셔서 함께 해 주십시오”라고 간절하게 애절하게 가두방송을 했던 새벽 4시의 죽음 같은 적막을 깬 가두방송 그 목소리를 아직도 나는 기억한다. 나는 그저 선뜻 나서지 못하고 꺼이꺼이 울었다. 그것밖에 할 수 없는 나는 비겁자다.
우리는 무기를 탈취하지 않았다. 내 가족이 처참하게 죽어가는 모습을 현지 경찰인들 어찌 보고만 있었겠는가. 그분들의 가족과 이웃이 총 맞아 죽고 개머리판에 맞아 죽고 칼에 난도질 되고 몽둥이로 맞아 쓰러지고 질질 끌려가는데 어찌 보고만 있었겠는가.
총 들고 싸웠던 분, 헌혈하려 서너 줄씩 줄을 서서 몇 시간씩 기다렸던 분, 주먹밥을 지어서 올려주셨던 분, 약국에서 드링크제며 마스크를 무한정으로 내어주셨던 분. 무기가 부족하여서 목재소에서는 각목을, 철공소에서는 철근을, 수건 장사는 수건을, 슈퍼에서는 생필품과 음료수 등을 24시간 열어두고 무한정 무한정 내주셨던 분들. 깍두기를 담아 차에 올려주셨던 분, 부상자를 차량이나 오토바이에 태워 옮기셨던 분들...
그때 광주는 모두가 거리로 나왔다. 지위의 고하도 없었다. 전 세계 어디에서도 그만한 단결력을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때의 광주는 그랬다. 자랑스럽다고 표현하기에는 너무 벅찬 민족이었다.
그때 정부는 광주 시민군을 폭도라 불렀고 빨갱이라 불렀다. 그러나 단 한 군데서도 도난 사고나, 은행을 턴다거나, 금남로 주변에 많은 금은방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 곳도, 단 한 곳도 털리지 않았다. 우리는 도둑이나 빨갱이나 폭도가 아니다. 또한 혹시나 모를 당시 유언비어로 국민을 불안케 했던 광주 교도소 역시 탈주자도 없었고 폭동도 없었다.
폭도는 정부였다. 그러나 당시 정부군은 광주 시민을 폭도였다고, 북한군의 지령을 받아 반란을 일으켰다고, 오직 KBS 군사방송만 내보내어 방송은 끊겼고, 중앙 정부는 가짜 뉴스를 퍼뜨렸으며 광주는 고립되었다.
특수훈련을 받은 공수부대가 장갑차를 끌고 와서 어디에 숨어 쏘는지도 모르는 총알이 날아오는데, 그냥 앉아서 죽으란 말인가. 시민군이라 해봤자 민간인들과 어린 남녀 학생들의 단 몇 분간의 총기 사용법 (훈련)으로 최신 무기로 무장한 특수 부대와의 싸움이 가당키나 하겠는가. 그러할진대 특수 훈련을 받은 특수부대 대원들과 어찌 비교나 되겠는가.
우린 단지 우리의 이웃과 우리 가족과 이유 없이 죽어가는 잔인한 폭력 앞에서 서로를 지켜야 한다는 목숨 건 의지뿐이었다. 말이 시민군이지 특수부대원들하고는 처음부터 안 되는 게임이었다. 그야말로 오합지졸이었지만, 의지 하나만은 세계 어느 군대보다 강했다고 자부한다.
그날 광주는 외세가 아닌 우리 정부의 특수훈련을 받은 군인들이 광주를 무자비하게 학살했다. 40년이 지난 오늘, 윤석열 정부는 그때의 무자비한 광주 학살을 재현하고 있다.
노동자는 간첩으로 몰리고, 건폭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어 열심히 살아온 평범한 노동자였던 두 아이의 아버지를 분신케 하였다.
“엄마, 아빠 다녀올게” 하고 평범한 외출을 하였던 우리의 어린 청춘들은 국가의 무책임한 대처로 깔려 죽고 터져 죽고 또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죽었는지 아직 그 진실을 알지 못한다.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는 이 아이들의 원통한 죽음을, 말도 안 되고 상상도 할 수 없는 10.29참사를 겪고도 아이들의 어버이와 형제들은 분향소 하나 마음 놓고 차릴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그 가족들은 가족을 잃은 슬픔을 목 놓아 울지도 못하고 춥고 눅눅한 거리에서 지내온 지 벌써 200일이다. 또 얼마나 차가운 거리에서 눈물 고인 잠을 청해야 할지 알 수 없다.
여러분! 노동자분들이 간첩입니까? 노동자분들이 폭력 집단입니까? 촛불국민들이 이북의 지령을 받고 나온 것입니까? 우리 아이들이 거리에서 왜 죽어야 하며, 열심히 산 노동자분이 왜 불에 타 죽어야 합니까?
분신하신 양회동 열사님 또한 국가가 죽였습니다. 10.29참사 아이들도 무책임한 국가가 죽였습니다. 그러할진대 지금 윤석열 정부를 믿고 의지할 수 있겠습니까?
남과 북, 동과 서, 남과 여, 노인과 청년, 애국과 매국, 지배하려는 자들에 의해 갈기갈기 찢기어져 있습니다. 그때 5월의 광주처럼 주권과 민주주의가 죽었습니다. 더 이상 우리 가족과 이웃을 이룰 수 없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그때 정부군의 무차별 학살 때와 같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그때 5월처럼 우리는 또 하나여야 합니다. 아픈 대한민국, 죽어가는 대한민국, 우리가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합니다. 반드시 해내야 됩니다.
매국노 윤석열을 국민의 이름으로 파면한다!
상습 조작 사기꾼 김건희를 국민의 이름으로 구속한다!
518 민주 정신 계승한다!
우리가 주인이다!
우리가 국가다!
감사합니다.